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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CBS 협찬 - 첫번째 당첨자가 발표 되었습니다.
등록일
2008-10-14 00:00:00
조회수
3,492
이름
황금깃털
내용

CBS 유영재의 가요속으로 발리 여행권 협찬을 하고 있는 건 다 아시죠??

그 첫 당첨자가 발표되었습니다. 함께 축하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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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신혼여행 이야기] 당첨자 : 주경심님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남자..
아는 거라곤 10촉짜리 초크불빛 아래서도 환히 빛나는 그 남자의 널직한 이마와 툭 튀어나온 뻐드렁니,
부처님과 유사흡사비슷한 곳에 자리한 점 하나 그리고 그 남자가 참으로 성실하다는거 그것뿐이였습니다.
얼마나 봤길래 성실함까지 꿰뚫었냐고 하시겠지만.
사람을 오래봐야 아나요? 한번을 봐도 화~~악 당기는 필~~이 중요한것이죠.
닷새는 애인때문에 고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으로
나머지 사일은 애인을 잊기위해 몸서리치는 모습으로..
이렇게 십일을 쭈욱~~ 아주 길고 진지하게 지켜봤습니다.
하루가 빠졌다구요?
그 하루는 애인을 만나러 갔기에 못 봤죠.
애인이랑 헤어졌다고 힘들어하는데, 제 입에서는 실실 웃음이 배어나오더라구요.
성실함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고 하시겠지만,
그 힘든 와중에도 남편은 정시에 꼬박꼬박 출퇴근을 하고 장사를 하고, 옷을 정리하고, 점심을 먹으며
바른 생활을 실천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전 이 남자가 참으로 성실하다는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 남자라면 평생 자기 여자 마음고생은 절대 안 시킬것같았어요.그리하여 장사가 끝나던 십일째 되던날
이 남자를 따라 야반도주를 했고, 그 날로 우리는 명실공히 부부가 되었습니다.
허나 친정 부모님께는 서울의 대기업에 스카웃 되어 일하러 간다고 거짓말을 했으니 남편을 남편이라 부르지 못하고
오빠라 불러야 하는 제 심정 그리고, 장인장모를 장인장모라 부르지 못하고
"늬 엄마 아부지"라고 불러야하는 남편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친정부모님 눈을 속이고 근 1년을 부부로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복숭아가 먹고 싶고, 시뻘건 자두가 막 당기더니"욱~~"
헛구역질을 하길래 병원에 갔더니 임신이라고 하더군요.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겁도 나고 막막하더군요.
화장실도 없는 지하방에서 애 낳아 키울것도 막막하고, 남편이랑 같이 장사를 해도 입에 풀칠하기도 버거운데
입 하나가 더 는다고 생각하니 무섭기도 하구요. 하지만 가장 두려운건 역시 축복받아야 할 한 생명이
엄마아빠의 무지와 이기심때문에 부끄러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당장 친정에 전화를 걸어 찾아뵙겠다 전화를 드리고 남편과 손을 맞잡고
"혹시 허락을 안 해주시더라라도 실망하지 말고, 끝까지 허락을 받아내자"약속을 하고 갔습니다.
서울 간 딸이 1년만에 돈벌어 용돈이라도 드리러 오는 줄 알고 상다리가 부러지게 한 상 차려놓으신
부모님은 난데없이 남자하나를 옆구리에 차고 나타난 제 모습에 저으기 놀라셨습니다.
"뉘신지..."
평소 목소리도 작고, 쑥쓰러움도 많이 타던 남편이었는데
"예!! 저는 어머님 사위입니다"
이렇게 씩씩하게 대답을 하는거에요.
하지만 사위라고 했는데도, 당장에는 딸 훔쳐가는 도둑쯤으로 여기신 엄마는 몽둥이만 안들었다 뿐
입으로는 온갖 험한 소리를 다 하셨습니다.

"나가 내 자슥만 생각혀서 허는 말이 아니라, 넘의 자슥 인생까정 달린 문제라서 그러는것이요
잉. 쟈가 성질이 얼매나 더러분 줄 아요?
즤 아부지도 못 말리는 성질이라서 우리집이서는 앗싸리 내 놔 부렀당께요"
부탁에, 사정에, 읖소법까지 해도 안 먹히자 마지막 히든카드로 내 놓은것이 바로 딸의 흠잡기였습니다.
하지만 허락이 떨어지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돌부처가 되기로 다짐하고 내려온 남편의 의지를 꺽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머니 제가 데리고 살면서 잘 가르치고, 사람 만들겠습니다."
"워따 그것이 아닌디... 어쨌든간에 이 갤혼은 하늘이 짜개져도 안되네요 잉"
부모님 실망하실까봐 절대 말하지 않으려 했건만, 엄마가 끝까지 허락을 해주지 않자
전 결국 "임신"을 이실직고하고 결혼허락을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그 날짜란것이 "최대한 빨리...넘들이 이 사실을 알믄 넘사시러븐께"하신
엄마의 말씀때문에 허락받은지 보름만인 6월 13일..아주 덥고, 습하고,
짜증나는 초여름날 그것도 해가 중천에 떠 있을 오후1시였습니다.
아직도 결혼식날 땀을 줄줄 흘리며 저를 마뜩찮아하시던 엄마의 표정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선선허고 좋은날도 많은디 해필이믄 오뉴월 염천에 갤혼식을 험성 즈그 에미를 직이네 직이"
그날 하객들은 실실 웃어대는 제게 "시집간다고 좋아서 웃는거 본께. 니는 첫딸 낳것다 잉"하셨는데,
시집가는게 좋아서 웃은게 아니라 결혼식이 진행되는 내내 "오뉴월염천"을 읊조리시던 엄마때문에 웃었던것입니다.

화촉을 밝히면서도 "오뉴월 염천에 춧불은 뭣허러 키는가 몰라"하시고,
절을 받으면서도 "오뉴월 염천에 쪄죽겄는디 절은 무신..."하시고,
가족사진을 찍을때에도 "오뉴월 염천에 사진은 무신.."
저는 원래 땀이 잘 안나는 체질이라 결혼식 날엔 엄마가 딸사위 미워서 일부러 엄살 부리신 줄 알았는데,
엄마의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나중에 결혼사진을 보니 하객이며, 식구들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더라구요.
그렇찮아도 땀이 많은 엄마가 한복까지 입고 얼마나 덥고, 힘드셨을지..
지금 생각하면 그 찜통같은 엄마 속도 모르고 쳐다보면서 실실 웃고 있는 딸이 얼마나 미웠을지 짐작이 됩니다.

살림살이 생각하면 신혼여행을 포기해야했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딸이라고 해줄건 다 해주고싶으셨던
부모님이 당신들은 결혼식도 못 올리고 근 사십년을 사시면서도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보내주시더라구요.

하지만 엄마 말마따나 오뉴월 염천이잖아요.
얼마나 덥던지 제주도에 내리니까 숨이 "헉"하고 쉬어지더라구요.
게다가 전 임신중이었잖아요. 그것도 한참 조심해야할 10주차..
입덧때문에 음식도 제대로 못 먹고, 또 결혼식한다고 좀 무리를 했더니
몸이 천근 만근, 합이 만천근으로 손가락 하나 꼼짝 못하겠는거에요.
예약해놓은 장소에서 자신몇장만을 겨우 찍고는 바로 숙소로 돌아와 쉬기만 했어요.
그래도 신혼여행이니 부모님과 친지들 드릴 선물은 사야되잖아요.
게다가 친정엄마가"선물이라도 쬐까 씨원헌것으로 사와보드라고"하시며 선물에 대한 강한 애착어린 말씀까지 하셨거든요.
시원한 선물이 뭘까?
제주옥돔을 사자니 아버지가 어부시라 싫어할것같고,
그렇다고 꿀을 사가자니 사돈집이 양봉을 하시니 그것도 흔하고,
귤은 시다고 안 드시고,
돌하루방을 사 가자니
뻔할 뻔자 "먹지도 못하는걸 뭣허러 돈주고 사 왔냐"고 나무라실 것이고..
이래저래 고민만 하고 있는 사이 2박 3일간의 짧은 신혼여행이 거의 끝나가고,비행기 시간을 몇시간 남겨놓고 마지막 관광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거에요.
무슨일인가 싶어 가봤더니 마침 특산품을 팔고 있는거에요
그것도 시원한 냉수에 탄 오미자차를 말이에요.
순간 이거다 싶었습니다.
더위 먹고, 입맛 없고, 갈증 날 때 좋다는 오미자!
맛을 보라며 한컵을 주는데, 그 새큼 달큼한 맛에 정말 잃었던 입맛이 살아나는 것 같았어요.
일년내 땀을 죽죽 흘리며 더위 많이 타는 엄마한테 딱일것 같아 두병을 샀죠.
남편은 입덧때문에 아무것도 못 먹는 저를 생각해서 두어병 더 사라는데,
주머니 사정이야 빤한데, 죽는 병도 아니고,
시간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사라질 입덧때문에 괜한 돈을 쓰고 싶지 않았지요.
이번만은 확실히 엄마마음에 들꺼라는 생각으로
오미자를 들고 룰루랄라 공항으로 향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주도를 보는데, 그제야 헛구역질만 하다 놓쳐버린 신혼여행이 아쉽더라구요.
평생에 한번뿐인 신혼여행에 남은거라곤 오미자 두병뿐이니...
제 맘을 아는지 남편이 "십년뒤에 꼭 다시 오자"약속을 해 주더군요.
신혼여행을 즐기지 못했지만, 엄마 마음에 들 선물은 샀으니 천만다행이죠 뭐..
부모님께 큰절을 드리고, 엄마 앞에 선물 상자를 보였어요.
"엄마 이거...시원한거 사오라고 하셔서 사왔어요"
"그려?이것이 뭔디?"
"오미자차요. 땀 나는데 좋대요"
"성이 '오'가고, 이름이 '미제(전라도식으로 미자)'구만...어따 맛이나 한번 볼꺼나?"하시며 냉수에 타서 드렸더니
시원하고, 달짝지근한것이 죽은 귀신도 벌떡 일어나겠다며
엄마가 무척 좋아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신혼여행 갔다 온 저를 보려고 이웃분들이 찾아오셨는데
엄마가 오미자차를 타서 한잔씩 드리면서 오미자에서 성인 "오"는 빼버리고 이름인 "미자"만 말씀을 하시며"
이것이 미제차여~~미제차"하시는거에요. 그러자 동네분 한 분이
"그러믄 뭐시여 야들이 시방 미국서 온겨? 미국은 겁나 멀다드만은 가차운 가벼?"하는게 아니겠어요.
아니라고 해야하는데, 제 옆구리를 쿡 찌르는 엄마때문에 전 제주도 옆에있는 미국에 신혼여행을 다녀온걸로 결론을 지어야 했지요.
그 오미자차 덕분에 동네분들이 그해 여름을 거뜬히 나셨다면 믿으시겠어요?
"아따 미제가 좋긴 좋아. 미제차 한잔 마셨드만은 땀이 안 나네"이러셨거든요.
어느새 십년이네요.
신혼여행 선물로 친정엄마께 미제차 사다 드린지가...

강산도 변하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엄마는 여름만 되시면 "늬들이 신혼여행서 사온 그 미제차 말이다.
맛나드라...근디 그 맛이 뭣 맛이다냐?"하십니다.
오미자차..그 미묘한 맛을 아시나요?

그 맛은 딸자식 시집 보낸 엄마의 헛헛한 마음 달래주는 맛이 첫번째요
가진것 없는 남자만나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는 딸자식의 마음이 그 두번째요.
딸자식 데려가면서 넙죽 엎드려 드리는 절 밖에 아무것도 해드릴게 없는 가난한 사위의 죄송한 마음이 세번째요.
딸 사위에게 잘 살아라 말 한마디 보태주지 못하는 무뚝뚝한 아버지의
깊은 마음이 네번째요.
십년이 지나도 혀 끝에서 느껴지는 추억의 맛이 그 마지막이라 감히 칭해봅니다.

이제는 세상에서 사위를 가장 사랑하시는 두분
딸은 바꿔도 사위는 안 바꾼다는 나의 부모님
아홉살, 일곱살인 두 손주들 보면서 손주들 얼굴보다
"내 딸이 시집간지가 벌씨로 십년이네"하시며 딸자식의 얼굴에 내려앉은 잔주름 한자락을 더 안타까워하시는 내 부모님
할 수 있다면 이제는 나의 행복과 추억이 아닌 두분의 남은 여생에 두고두고 회상 하며 곱씹을수 있는 군입거리를 만들어 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오시는 엄마손에 들리운 미제차를 제 혀끝으로 느껴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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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더 축하드리며~

즐거운 발리여행 다녀오신 후 후기 꼭 들려주세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항상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