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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 이런 여행 1년에 한번씩 하자 [리허니문]
등록일
2006-04-25 00:00:00
조회수
10,431
이름
황금깃털
내용

 

 

 

 

꿈같은 신혼 여행, 그 달콤함이 어느 정도이길래 사람들은 이 여행을 허니문이라고 부르는 걸까? 주위 사람들의 뜨거운 축복 속에서 단 둘만의 시간을, 그것도 근사한 여행지에서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진정 살아가면서 쉽게 만날 수 없는 희소한 특권임에 틀림 없겠다.

그리고 그 여행이 어떠했든 여행지에서 돌아오는 허니무너들은 누구나 이런 식의 약속을 서로에게 한다.

 

 

[우리 이런 여행 1 년에 한 번씩 하자.]

그러나 아무리 약속이 깨지라고 있는 거라고 하더라도 이 약속이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그럴 만도 하다.

한 번 살아들 보시라.

단돈 1 만원에 남편과 눈을 부라리고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들이며, 장미꽃을 사올 바에야 콩나물을 사오라고 말하는 것이 또 그대들이며, 거기에 아이까지 생기다 보면 돈도 돈이지만 이 노무 혹을 어쩌지 못해 몇 년 동안은 TV의 세계풍물기행이나 보면서 만족해야 하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노세 노세 젊어 노세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나?

그런데 생각해보면 꼭 그렇게 살아야 할 의무는 없다. 어떤 바람난 부부는 전세집 빼가지고 세계여행을 갔다고도 하는데 이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조금만 맘을 삐딱(?)하게 먹으면 살면서 여행 몇 번 가는 일이 그리 임파서블한 미션은 아닐 것이다.

근데 또 중요한 것은 과연 여행을 공급하는 쪽에서 이런 리허니문 수요를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이 한 번 더 허니문 기분을 내고 싶다고 할 때 그에 맞춘 상품이 시장에 준비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거 퀴즈다. 있게? 없게?

정답, 없다 되시겠다. 본 우원 장담컨테 한국의 어느 여행사의 어느 상품도 리웨딩의 이름으로 출시된 상품 단 한 개도 없다.. 고 한다면 혹 내가 실수할 수도 있으니 99 % 없다는 것에 100 원 건다. 아, 본 우원 참 소심하다. 암튼 그러다 보니 고작 부부여행이라는 것이, 자유 여행들이다. 각자 알아서 준비한다. 근데 이거야 말로 국가적 낭비다. 한창 일해야 할 사람들이, 회사에서 틈틈히 여행정보 검색하고, 호텔 알아보고 하는 거, 이래서는 우리가 절대 동북아 중심국가로 서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 시장이 좁은가? 절대 그렇지 않다. 러허니문이라는 것이 단지 잘 살고 있는 부부들만 가는 거겠나? 아니다. 명랑이혼을 한 사람들도 이 시장에 포함된다. 요즘 이혼율, 완전 금메달 신기록 행진이다. 통계청 발표를 보니 2003 년의 이혼 건수는 16 만 7 천쌍이고 혼인 건수는 30 만 5 천쌍이란다. 전 해에 비해 이혼이 15 % 늘었단다. 결혼도 많이 하고 이혼도 많이 한다. 근데 이혼한 사람들은 맨 혼자 사나? 아니지, 또 결혼하자너. 그럼 그 사람들은 신혼여행 안가나? 당근 가지. 근데 먼 상품으로 가나? 이것도 퀴즈다. 주관식이다.

정답, 걍 허니문에 대충 낑겨서 간다. 여행자 입장에서 꽤 불편하다. 뮤직뱅크 무대에 가요무대 방청객이 앉아있으니 서로 서로 불편하고 뒤에서 가이드 넘들은 왜 그리 쑤군거리는지 기분 아주 초쳐진다. 이 사람들을 위해 리허니문 상품을 준비해야 하는 것, 범국민화합 차원에서 보건복지부에서 해야 할 임무 아닌가? 문화관광부인가? 암튼 아무 데서나.

이거뜰이 안하니 우리가 한다. 그럼 우리가 준비하는 리허니문 상품은 어떤 차별화된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가? 이 거창한 노하우를 함 보시라. 두두둥.

 

첫째, 싸게 가자는 거다.

부부여행이든 재혼여행이든 이미 한 번은 왕자공주 여행을 한 사람들이다. 최고의 리조트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아본 사람들이다. 리바이벌까지 이렇게 갈 필요는 없다. 최소한 경비는 싸게 가자. 어디서 거품을 빼나? 바로 호텔에서 뺀다. 즉, 허니문 상품의 호텔이 특급이라면 리허니문은 한 단계 낮춰서 진행하자. 살다보면 집안 침실을 벗어나 양평의 모텔만 나가도 엔돌핀이 팍팍 도는 법이거늘, 해외는 해외다. 호텔 수준 좀 낮춰도 양평보다 100 배 좋다.
물론... 리허니문도 허니문 이상으로 즐겨야 한다는 분들, 말리지는 않는다. 형편이 되는 분이라면 더 여유롭게 가는거지 뭐~

 

둘째, 일정을 최대한 여유롭게 하자는 거다.

패키지, 이거 짜증난다. 한 번 이런 거로 골탕 먹었으면 됐다. 그때는 첨이었으니 해외가 불안했지, 이미 한번 한 도둑질인데 해외여행에 자신감도 생겼을 거 아니겠나? 가이드의 개입은 최대한 최소화시키고 이제 둘만 놀아보자. 밀린 잠도 실컷 자고, 밀린 합궁도 실컷 하고 등등.. 둘이서만.. 둘이서만.

 

셋째, 그래도 허니문 기분은 내줘야지?

일정의 한 번쯤은 허니문 이벤트를 다시 한 번 해보자. 캔들 라이트 디너(Candle Light Dinner), 이거 좋다. 노을이 지는 리조트의 비치에 앉아 촛불을 켜고 근사한 식사를 하는 것, 이 정도면 부족함 없겠다. 조치?

 


보시라. 얼마나 거창하고 울트라캡숑하며 아무나 따라하기 힘든.. 거와는 전혀 상관없이 쉽고 심플하며 단순하기가 가히 구케우원 수준이던가. 여행사 제위들은 맨날 가격경쟁에 하혈질 하지 말고 남들 안하는 거 좀 팍팍 치고 나가시라. 열분들이 이런 거 해주면 우덜의 낮잠시간이 딱 두 배 더 늘어난다.

어쨌거나, 결혼생활 하면서 낙이 없는 부부들, 신혼 첫날밤 마눌에게 한 약속 땜에 들들 볶이는 남정네들, 다시 시작하는 재혼의 스타트를 여행과 함께 끊겠다는 언냐 업빠들...너네들 다 구원받아따. 국내 유일 딴지명품관 리허니문 관에서 맘껏 쇼핑 하시라. 아이 쇼핑은 무료지만 아이는 살 수 없다. 아 썰렁하다. 이만 퇴장한다